꿈에 그리던 라이카를 미치지도 않았으면서 미친 척 질렀다.
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렌즈를 라이카가 아닌 보이그랜더 렌즈를 구입했다는것에서 알 수 있다.
필름 카메라 사용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.
'바디가 가지는 의미가 과연 얼마나 클까?' 하는 의문 말이다.
어쩌면 카메라의 끝판왕이라고 인식되는
고가의 라이카 바디를 사용해서 그럴지도 모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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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론부터 이야기 해보자면,
분명히 바디가 가지는 의미보다는 렌즈가 가지는 의미가 더 클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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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5mm와 50mm 두 화각대의 보이그랜더 렌즈를 사용하면서
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라이카 렌즈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져갔다.
지금은 보이그랜더 렌즈를 다 처분하고 라이카로 왔다.
라이카 렌즈를 사용해 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그랜더 렌즈가 조금이나마 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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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이그랜더 35mm f1.4로 찍은 사진 몇 장을 소개해보려고 한다.
라이카MP나 보이그랜더 렌즈 구입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작성해본다.
참고로 나는 필린이다.😅
사진은 모두 무보정이며, 롤당 2-3장씩 뽑아보려고 한다.
렌즈도 작고 손에 익지 않아서
수동으로 초점 맞추는 게 꽤나 힘들었다.
완벽한 필린이었다.
또 한 가지 익숙하지 않은 것은 노출이다.
어떤 측광 방식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없고
수치적으로 안다고 해도
원하는 노출의 사진을 얻기가 쉽지 않다.
사은품으로 받은 감도 50짜리 슬라이드 필름(후지)이 나의 첫 롤이었다.
대부분의 사진이 조금 더 어둡게 나왔고,
그나마 사진 같아 보이는 것만 선별했다.
위의 세 사진이 제법 선명해 보이는 것은 아마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.
✲아래의 사진들은 코닥 칼라플러스200로 촬영된 사진이다.
단조로운 색의 풍경이라 그런지는 몰라도
노출 실패는 비교적 적었다.
하지만 뭐랄까?
쨍하고 선명한 느낌의 사진은 안 나오더라.
필름 특성인지 렌즈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,
이렇게 약간은 핀이 나간듯하고 색이 빠진듯한 파스텔톤의 사진도
한국의 전통 건축물을 찍을 때는 꽤나 좋은 것 같다.
상관없는 이야기지만
가벼운 마음으로 등산길에 올랐다가 죽다 살아났다.
날씨가 좋아서 그럴까?
조리개와 노출이 적당히 잘 맞아서 그럴까?
선명하고 쨍하게 잘 나온 것 같다.
역시나 노출이 아쉽다
이때까지는 아직 한 번의 필름 현상도 하지 않은 상태라
어떻게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상태였다.
그저 노출계에 의지하고, 초점 맞추기에 바빴던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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필름 사진은 사진 찍는 모든 과정이 즐겁다.
RF카메라의 특성상
SLR 카메라처럼 보이는 대로 찍히지 않는다.
피사체 와의 거리에 따라서
보이는 것과 찍히는 것의 차이가 생겨난다.
그 차이는 상상력으로 채워서 찍는다.
이 뿐만 아니라,
초점을 잡고, 심도를 생각하고, 노출을 생각하는 것도
상상력의 도움을 받는다.
상상력은 한롤 한롤 결과물이 많아질수록
그 정확도가 높아진다.
심청이의 도시 남원의 광한루원이다.
컬러플러스200은 예스러운 것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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필름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는 경험이고
경험이 많아지면 목적에 따라서 필름을 고르고
필름에 따라서 찍을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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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진에 대해서 특별히 더 할 말이 없다.
그냥 보이그랜더 녹턴 35mm로 찍은 사진이 어떤지나 더 보자.
여수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
셔터를 눌렀고
아직도 결과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상태였다.
그래도 봐줄 만하게 나온 것을 보니
렌즈도 카메라도 대충 쓸만하다는 뜻으로 생각해도 될까?
다른 이야기지만
여수 여행은 나랑은 잘 안 맞았다.
관광지 느낌이 물씬 나서 그런지
대도시 느낌에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
'새로운 곳에 와있다'라는 느낌이 조금 덜 했다.
그래서 나는 또 산으로 향했다.
구봉산이라는 산을 더 올랐다.
높은 산은 아니었지만
과체중에 저질체력에 더위에 힘들었다.
급경사의 길을 오르락내리락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
힘들어서 어떻게 다니실까 하는 걱정을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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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양한 지붕의 모양과 색이 제법 잘 어울리고
멀리 보이는 아파트와 산과 바다와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.
관광지로부터 몇 걸음 떨어지는 것으로도
여행하는 기분이 배가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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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 년이 다 되어가는 사진이지만
코로나 시기에 여행이라
나홀로 여행이었지만
여러 가지로 긴장을 하면서 다녔던 기억이 난다.
근데 2022년 2월 현시점에서는
조심하며 지냈던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
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어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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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도 그냥 미친척하고 막 다니고 싶..🙊
사진은 잘 보셨나요?
어찌 잘 나온 것 같은가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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개인적으로 라이카 렌즈가 궁금해서
금방 처분을 하고
라이카로 넘어왔지만
이렇게 결과물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
가격 대비 괜찮은 것 같은데요?
팔지 말고 갖고 있을걸 후회가 슬쩍 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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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편에서는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50미리로 찍은 사진을 올려보겠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