일포드 델타 400

나의 첫 흑백 필름 일포드 델타400.

한참 전에 일회용 흑백 사진기를 찍어본 이후로 처음이었다. 흑백사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, 거칠고 강한 느낌을 잘 전달할 것만 같았다. 첫 결과물을 받아 들고는 곱디 고운 사진에 놀랐다. 마치 디지털 사진에 흑백을 설정해 찍은듯한 느낌의 사진이었다. 

종로를 거닐다가

필린이 답게 아직 극히 적은 종류의 필름만 사용해본 터라 다른 흑백 필름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. 많이 사용해 보면서 체득하는 게 젤 빠를 것 같다. 그저 흑백사진에는 필터가 필수라는 말만 주워듣고는 노란색 필터를 사용해서 찍은 사진을 몇 장 나누어 보려고 한다. 동시에 라이카 쥬미룩스 50미리와 흑백 사진의 조화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.

결과물을 받아보면서 느끼는 것은, 흑백 필름에 잘 맞는 앵글이나 피사체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. 컬러 사진은 필름 특유의 색감 때문에 초점이 맞고 노출이 잘 나오면 어쨌든 봐줄만했던 것 같은데, 흑백사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. 아래와 같은 사진들이 그렇다. 

화려함이 보이지 않아 무엇을 찍으려고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
흑백필름은 이런 종류의 사진에도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것 같다

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 아니다. 연사는 사용해본 적도 없다. 그런데, 뭐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, 사진은 많이 찍어봐야 느는 것 같다. 아낌없이 셔터를 좀 날려보고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좋은 느낌의 사진도 잘 만들어내고, 표현하고 싶은 것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. 그래서 좀 과감하게 셔터를 날려보겠다 다짐을 해본다. 다짐만 해본다. 

 

종각의 서울상회

 

해 질 무렵 종묘에 갔다. 늘 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고 흑백사진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. 그런데 결과물을 보니 또 내 생각이 틀린 것 같다. 한국 전통 건축물과 자연풍경이 가진 색상 때문일까? 그나마 잘 나온 사진을 올려보지만 정말로 형편없는 사진이 많았다. 오히려 나뭇가지만 담은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다.

 

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다

요즘 길거리에 자전거가 자주 보인다. 사진을 보다 보니 드는 생각인데, 흑백사진은 전체적인 풍경보다도 어느 한 피사체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. 음영으로만 만들어지는 사진이라 그런지 앵글에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사진이 복잡해지고 지저분해지는 것 같다. 풍경을 담아야 한다면 선과 색이 단순한 풍경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? 다음에 테스트를 해보자. 

자전거

나 스스로의 추론에 의거하여 단순한 사진을 모아보았다.

한 피사체에 집중하기

복잡한듯해 보이지만 선이 단순하고 주제가 확실하면 괜찮은 듯하다. 하지만 복잡함 속에서 주제를 드러내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. 내공이 필요할 것 같다.

선이 단순하고 패턴이 일정해서 부담스럽지 않다
많은것이 있어보이지만 전체적인 선이 단순하다 

마지막으로 이건 도대체 뭘 찍으려고 했던 건지 모르겠다. 그늘로 피신한 재활용 친구들인가?

필름낭비사진 

포스팅을 하면서 사진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. 다음 롤은 다음과 같은 규칙을 세워서 찍어봐야겠다.

  1. 전체를 담기보다는 한 가지 사물에 집중하기
  2. 선이 단순한 풍경만 전체적으로 담기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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